어원 이야기

'파파라치(Paparazzi)'는 원래 사람 이름? 그 단어가 생긴 배경

rose-ej 2025. 5. 28. 08:00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들, 그리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그림자 같은 존재들. 우리는 이들을 '파파라치(Paparazzi)'라고 부릅니다. 때로는 대중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명목으로, 때로는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 속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죠. 그런데 이 '파파라치'라는 단어가 원래는 특정 영화에 등장하는 한 인물의 이름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이 단어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흥미로운 배경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파파라치(Paparazzi)'는 원래 사람 이름? 그 단어가 생긴 배경

1: 오늘날의 '파파라치' – 스타를 쫓는 끈질긴 사진가들

먼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파파라치'의 의미를 짚고 넘어가죠. 파파라치는 주로 유명인(연예인, 정치인, 스포츠 스타 등)의 사적인 모습을 몰래 촬영하여 언론 매체에 판매하는 사진가들을 일컫습니다. 그들은 특종을 잡기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타들을 따라다니며, 때로는 과도한 취재 경쟁으로 인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파파라치가 찍은 한 장의 사진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당사자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기도 하죠.

2: 모든 이야기의 시작 – 영화 '달콤한 인생 (La Dolce Vita)'

'파파라치'라는 단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1960년에 개봉한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 (La Dolce Vita)'입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영화는 당시 로마 상류층의 화려하지만 퇴폐적이고 공허한 삶을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현대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저널리스트 마르첼로(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 분)를 중심으로 로마의 밤거리를 배회하며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사건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바로 이 영화 속에 '파파라치'라는 단어의 유래가 된 인물이 등장합니다.

3: 시뇨르 '파파라초(Paparazzo)' – 끈질긴 뉴스 사진기자 캐릭터

영화 '달콤한 인생'에는 주인공 마르첼로를 따라다니며 유명인들의 스캔들이나 자극적인 순간을 포착하려는 뉴스 사진기자가 등장합니다. 그의 이름이 바로 '파파라초(Paparazzo)'였습니다. (이탈리아어에서 남성 단수는 'Paparazzo', 복수는 'Paparazzi'입니다. 여성 단수는 'Paparazza', 복수는 'Paparazze'가 됩니다.)

영화 속에서 시뇨르 파파라초는 마치 모기처럼 윙윙거리며(실제로 펠리니 감독은 그의 움직임을 묘사할 때 모기를 연상했다고 합니다) 유명인들에게 집요하게 달라붙어 플래시를 터뜨리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는 특종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다소 경멸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캐릭터였죠.

펠리니 감독이 왜 이 캐릭터에게 '파파라초'라는 이름을 붙였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특정 지역 방언에서 '파파라초'가 크고 시끄러운 모기를 뜻한다는 설, 혹은 펠리니 감독의 학창 시절 별명이었다는 설, 또는 특정 사진작가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 등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펠리니 감독의 시나리오 공동 작가였던 엔니오 플라이아노(Ennio Flaiano)가 영국 작가 조지 기싱(George Gissing)의 여행기 "이오니아 해변에서(By the Ionian Sea)"에 등장하는 호텔 주인 '코리올라노 파파라초(Coriolano Paparazzo)'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플라이아노는 그 이름이 주는 어감이 사진기자의 윙윙거리고 성가신 이미지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4: 영화 속 캐릭터에서 전 세계적인 용어로

영화 '달콤한 인생'이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영화 속에 등장했던 캐릭터 '파파라초'의 이름은 점차 유명인들을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사진가들을 통칭하는 일반 명사로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영화 개봉 이후 이러한 유형의 사진가들을 '파파라치(Paparazzi, 복수형)'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 용어가 점차 다른 나라로 퍼져나가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의미로 정착된 것입니다.

한 편의 영화 속 캐릭터 이름이 이처럼 특정 직업군 전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용어가 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영화 '달콤한 인생'과 캐릭터 '파파라초'가 당대의 사회 현상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결론

오늘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파파라치'라는 단어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에 등장하는 사진기자 캐릭터 '파파라초'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끈질기고 때로는 성가신 존재로 그려졌던 그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파파라치'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이미지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한 편의 예술 작품이 새로운 단어를 탄생시키고, 그것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 용어가 되었다는 사실은 문화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다음에 '파파라치'라는 단어를 접하게 된다면, 1960년대 로마의 화려한 밤거리를 누비던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이 알고 있는 또 다른 흥미로운 단어의 유래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